집지키는 아기 양 이야기의 한 대목. 채인선은 이 이야기를 살짝 비튼다. 이미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아기 토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늑대를 기다리지만 늑대는 오지 않는 걸. 어쩌면 아기 토끼는 은근히 늑대를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혼자 맞서는 모험(?)의 흥미진진함을 맛보고 싶었는지도.

암튼 늑대는커녕 하룻강아지도 찾아올 법하지 않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집은 어쩐지 밍숭맹숭하고 심심하기만 하다. 무서운 늑대는 대체 뭘 하길래 안 오는 거야?

무섭고 위험하다고 제아무리 타일러두어도 실제로 느껴보지도 못한 그깟 무서움쯤이야 아이들의 호기심에 어찌 당할까. 아기 토끼는 끝내 참지 못하고 언덕 너머에 있다는 늑대 집으로 찾아간다. 내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오라고, 지청구라도 한바탕 늘어놓으려나 그 걸음이 사뭇 당당하다.